해관칼럼Chairmans's Column

평화로 가는 우리의 마음

  • 날짜
    2018-09-14 13:3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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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성원을 받아 23일에 걸쳐 황해문화통권100호 발간기념 국제심포지엄을 무사히 마쳤습니다. 황해문화는 제가 발행인으로 되어 있지만, 실제 발행인은 이 자리에 계신 새얼문화재단 회원과 인천 시민이라고 생각합니다.

 

국제심포지엄 행사 내용에 대해서는 이미 동아일보, 한겨레, 경향신문등 여러 언론을 통해 보도되었고, 자리를 찾아주신 여러 학자와 지식인들이 현재 상황에서 남북한은 물론 한반도를 중심으로 동북아 평화체제 구축에 대한 통찰을 엿볼 수 있는 행사였다고 총평하여 주셨습니다. 이 자리에는 해당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석학들인 미국의 마크 셀던, 중국의 왕후이, 호주의 개번 매코맥, 일본의 가와미쓰 신이치, 이시하라 슌, 대만의 장보웨이 등 6명의 학자가 오셨고, 또한 국내에서는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 박태균, 백원담, 한홍구, 김동춘 등 15분의 학자들이 참석해 열띤 토론을 진행했습니다.

 

저 역시 잠시도 자리를 비우지 않고 그 분들의 이야기를 경청하였는데, 그 가운데 인상적인 몇 가지만 소개하겠습니다. 우선 홍윤기 교수는 기조연설을 한 중국 칭화대학의 왕후이 교수에게 한국의 입장을 대변하는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습니다.

 

한국에 사드가 배치된 것은 한국민 전체가 원하거나 지지한 것이 아니며 또 당시 한국 정부의 입장도 충분히 알고 있었을 터인데, 중국 정부가 우리에게 지나친 경제 제재를 가했다. 이러한 중국의 태도에 대해 앞으로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묻고 싶다.”

 

이에 왕후이 교수는 중국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으며 또 변하고 있다. 사드 문제에 대한 중국 정부의 입장이 중국사람 전체의 생각은 아니라고 답변했습니다. 미국의 마크 셀던 코넬대학 교수는 지크프리트 해거 박사의 이론을 인용하여 북한에서 핵시설 가동을 중단하고 완전한 비핵화를 이루는데 걸리는 시간이 대략 15년이라고 말했습니다. 1975년 베트남전쟁에서 패배한 이후의 미국의 힘이 하락하기 시작했다면서 그 사이 중국은 경제적으로 나날이 발전하고 있으며 그 사이 남북한, 러시아, 일본 등 동아시아 각국들이 모두 중국의 중요한 무역 상대국이 되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중국은 어째서 남북한의 평화 정착을 위한 상설기구를 마련하거나 아시아판의 유럽공동체, 북대서양조약기구 같은 정치공동체를 만들어내지 못했는지 물었습니다.

 

개번 매코맥 호주국립대 교수는 지난 201711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했지만 도쿄 근교에 있는 요코다 미국 공군기지로 왔으며 골프장에 가기 위해 헬리콥터를 타고 일본영공을 이용했을 뿐 일본 땅을 밟지도 않았다면서 일본을 대미 종속국가로 규정하였습니다. 일본의 역대 수상들이 기회만 있으면 일본을 되찾겠다며 자주국가·보통국가를 지향했지만, 결국 미국에 의해 실패했고 그럴수록 대미종속이 더욱 심화되었다는 겁니다. 그런 반면에 한국은 종속국가가 될 뻔한 위기를 민주화운동을 통해 극복해 가고 있다고 했습니다. 또한 중국의 GDP1991년 일본의 4분의 1에 불과했지만, 10년 후인 2001년에는 일본을 추월했고, 2018년에는 일본의 3배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두 분의 일본 학자들은 일본의 영토이지만, 일본보다는 미국과 냉전의 힘에 의해 지배당하고 있는 오키나와와 오가사와라 제도의 슬픔에 대해 이야기해주었습니다. 태평양 전쟁 기간 동안엔 일본에 의해 버리는 돌로 취급되었고, 전후에는 미국의 군사기지로 이용되면서 일본 땅이지만, 일본이 아니라 미국의 군사기지가 된 것입니다.

 

미국의 마크 셀던 교수는 그의 발표문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한민족의 단결을 상징하는 나무를 심는 식수 행사를 진행하면서 백두산과 한라산에서 가져온 흙을 뿌렸고, 대동강과 한강의 물을 준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이 흙과 물은 우리 민족에게는 운명처럼 존재하는 지리적 표상이란 것입니다.

 

저는 개회사에서 최근의 남북대화와 북미회담 등이 있긴 하지만, 평화로 가는 길 앞에서 전한(前漢) 사람인 유향(劉向)이 편집한 전국책(戰國策)』 「진책(秦策)에 나오는 행백리자 반구십(行百里者 半九十)”이란 구절을 깊이 생각해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이 말은 백리를 목표로 가고자 하는 사람은 90리에 도달했을 때 비로소 목적의 절반에 이르렀다고 생각하는 겸손과 준비된 자세가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황해문화통권100호와 새얼문화재단의 반세기 역사는 물론 앞으로 우리의 마음 자세가 이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