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관칼럼Chairmans's Column

우리 다 함께 깨어나야 합니다

  • 날짜
    2018-09-14 13:31:24
  • 조회수
    783

피고인이 법정에서 저는 간첩이 아닙니다. 모진 고문으로 견딜 수 없어서 수긍했을 뿐, 저는 간첩이 아닙니다.”라고 호소했습니다. 그러나 그 피고는 간첩으로 십여 년 이상 옥살이를 하고 그 가정은 파탄이 나고, 자녀들은 간첩의 자식으로 이 사회에서 연좌제에 걸려 오랜 시간 부당한 대우를 받고 살았습니다.

 

간첩죄로 옥살이를 마친 후 다시 재판을 받아 대법원에서 무죄가 되었고, 보상도 받았습니다. 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일입니까? 그런데 반대로 그 판사는 승승장구해서 지금도 잘 살고 있는데, 이에 대한 사과 한 마디가 없습니다.

 

판결이 잘못됐으니 사과드리며 판사직에서는 물러나 변호사로서 억울한 사람에게 무료 변론으로 봉사하면서 살겠습니다.”

 

아무리 얼굴이 두꺼워도 이 정도 자기 고백과 반성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렇게 잘못하고도 반헌법행위를 하고도 양심에 가책이 없는 사람이 활보하는 세상, 이것이 불신사회의 실상입니다.

 

장관, 국회의원, 법관, 언론 및 공직자는 책임을 져야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돋보이고 존경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책임지고 물러난 사람을 이 근래에는 보기 힘들지요.

 

젊은 정치인 노회찬은 유서에서 고등학교 동문으로부터 4천만 원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대가성은 없었다. 그러나 혁신정당의 지도자로서 자신의 책임을 죽음으로 대신하겠다고 한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너도 별 수 없구나!”라고 침을 뱉는 것이 아니라 혈육을 잃은 것처럼 안타까워하고 슬퍼했습니다. 왜 그럴까요?

 

목숨은 절체절명에도,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단 하나의 생명이며 권리입니다. 그 권리와 생명으로 책임을 변제했습니다. 그래서 노회찬은 죽어서도 영원히 살았습니다.

 

여러 날 불볕더위로 목 타오르는 가뭄 속에서 한 줄기 시원한 소나기를 애타게 기다리는 것처럼 시민들은 스스로 책임을 느끼고 진퇴를 실천한 사람을 성군처럼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는 책임을 스스로 깨닫고 실천한다는 것은 평범하지만 장대한 개혁이며 혁명입니다.

 

혁명과 개혁이 엄청난 혼돈을 거쳐 노력과 눈물과 피를 흘려야 얻어낼 수 있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왜냐하면 혁명과 개혁은 일상생활에서부터 시작되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시민은 이미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불신을 걷어낼 수 있는 방법은 책임을 실천하는 토양만이 가능합니다. 우리 다 함께 깨어나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