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관칼럼Chairmans's Column

지식 아니고 지혜

  • 날짜
    2019-04-04 10:2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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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대학자이며 사상가인 남회근(南懷瑾) 선생은 금강경(金剛經)6정신희유분(正信希有分)해설에서 지혜는 구하는 것이 아니라 닦아서 찾아내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때 닦는다는 말은 자기극복을 의미하며 자각(自覺)에서 우러나오는 일상생활과 습관의 개혁을 통한 새로운 삶을 뜻합니다. 나는 하나도 변하지 않고, 변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사회만 원망한다면 세상은 결코 변하지 않습니다. 내가 변해야 세상도 의미 있게 변화하는 겁니다.

 

우리가 일본의 질곡(桎梏)에서 벗어난 지 어느덧 반세기가 넘어 100년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 사이 한국전쟁, 부정선거, 군사변란, 419학생의거와 광주518, 시민혁명 등등 수많은 시련을 겪어 왔습니다. 민주주의가 어느 정도 안착되었고, 그 사이 우리가 선출한 대통령이 열 분이나 됩니다. 또 현재에도 시끄럽고 힘들지만 여야가 민주정신으로 제도를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양반들의 나라, 노론의 나라, 성리학의 나라가 아닌 백성들의 나라, 이 나라가 남의 나라가 아니라 우리나라라는 것을 깨달아 팔도강산 방방곡곡 육지에서 섬사람 제주 해녀에 이르기까지 온 백성이 떨치고 일어나 대한독립만세를 외친 삼일운동 1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백성의 나라, 그 나라의 주인이 바로 우리들 자신이라는 정신으로 일제의 황폐한 36년을 버티어 내었고, 독립 정신을 새롭게 승화시켜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어디에 어떤 모습으로 서 있습니까?

첫째. 오늘날 세계 정치와 경제 질서가 크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작은 나라가 버티어 나가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둘째. 이처럼 어려운 환경 속에서 남북한은 평화와 통일 문제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 힘만으로는 어려운 문제라는 사실은 비극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쳐다만 보고 있을 수도 없습니다.

 

이렇게 어려울 때 이웃한 나라 베트남을 돌아보게 됩니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베트남 역시 남북으로 분단된 나라였습니다. 베트남이 강대국 프랑스, 미국, 중국과 대결해서 결국 이길 수 있었던 것은 핵무기 같은 무기나 신출귀몰(神出鬼沒)한 장비가 있어서가 아니라 국민이 깨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베트남의 지도자들은 지식을 넘어 지혜가 있었습니다.

 

요즘엔 디지털 휴대폰 하나만 있으면 그 안에서 즉각적으로 답을 찾아낼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인터넷에서 찾는 지식은 조각나고 단편적인 건조한 지식일 뿐입니다. 그러나 우리들은 이것에 만족하면 안 됩니다.

 

오늘 대한민국의 지도자들은 남들에게만 바뀌라고 하지 말고, 먼저 자신이 바뀌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나만을 위한 지식을 버리고 국민을 위해서 자신의 몸을 낮추고 함께 지혜를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시간은 화살처럼 빠르게 흘러가고 기회의 신은 앞머리만 있을 뿐 뒷머리가 없어서 한 번 지나가고 나면 붙잡기가 어렵습니다. 기회가 왔을 때, 우리 쪽으로 돌리기 위해선 힘들어도 겸손한 자세로 널리 지혜를 구하고 우리 사회가 평화와 통일의 길로 가려는 마음으로 단합되어야 합니다.

 

120년 전인 1899년 인천에서 세 명의 중요한 지도자가 탄생했습니다. 농지개혁과 평화통일을 위해 앞장섰던 죽산 조봉암(竹山 曺奉岩, 1899~1959), 학생의거를 통해 민주정부의 수반이 되었던 운석 장면(雲石 張勉, 1899~1966), 비록 과오는 있었지만 이 땅의 여성 교육을 위해 앞장섰던 우월 김활란(又月 金活蘭, 1899~1970)이 동시에 태어났습니다. 이 분들이 걸어간 길은 서로 달랐지만, 우리 한국 현대사의 큰 획을 그은 큰 인물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우리는 어째서 그 때 그 곳에서, 우리 인천에서 이와 같이 중요한 인물들이 배출되었는지에 대해 그 중요성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지도자는 개인이지만, 그가 속한 사회와 그 시대의 산물이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우리 인천에도 그와 같은 지도자들이 태어나고, 성장하고 만들어지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런 지도자를 밖에서 찾으려 하지 말고, 바로 내가 그리고 우리가 그런 지도자가 되려고 노력함으로서 주위에 인물을 찾게 되는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2019.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