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관칼럼Chairmans's Column

인사(人事)는 왕도(王道)

  • 날짜
    2010-08-23 15:2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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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당태종 이세민(李世民)하면 왕조사(王朝史)에서 누구나 제일로 꼽는 특출한 인물이다. 전쟁에 나가서는 뒤에 서는 일이 없는 용맹을, 학문을 좋아하여 뛰어난 지략과 전술을 겸비했고, 마음을 열어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두루 인재를 찾고 모으는데 탁월한 능력과 덕을 갖춘 사람이었다. 이세민은 19세의 어린 나이에 아버지 이연을 움직여 수나라에 반기를 들어 당나라의 기초를 세우는데 누구나 인정할 만한 큰 공을 세웠다.

그러자 형인 이건성(李建成)과 동생 이원길(李元吉)이 시기와 질투를 보내면서 여러 번 이세민을 살해하려 했다. 특히 이건성의 곁에는 위징(魏徵)이라는 훌륭한 참모가 있었다. 위징은 이건성에게 이세민은 매우 탁월한 인물이니 선제공격을 하지 않으면 위험하다고 여러 차례 진언했다. 그러나 우유부단한 이건성이 미적미적하는 사이에 분위기를 알아챈 이세민이 먼저 현무문(玄武門)에서 공격하여 형제를 살해하고 황권을 잡으니 이것이 그 유명한 ‘현무문의 변란’이다.

정권을 잡은 이세민은 위징을 불러서 “너는 어찌하여 우리 형제들을 이간질하였느냐?”고 힐문했다. 위징은 두려움 없이 당당하게 말했다. “먼저 돌아가신 태자 이건성이 저 위징의 말을 따랐다면 당신께서 어찌 그 자리에 계실 수가 있겠습니까.” 다시 말해 자신의 충언을 받아들였다면 당신은 죽어서 이 자리에 있을 수 없다는 말이 된다.

이세민은 평소 위징의 재주를 귀하게 여겼던 터라 낯빛을 고치고 그에게 예의를 차려 큰 벼슬을 내렸다. 이세민의 나이 28세 때의 일이었다. 이것은 야사(野史)가 아니라 송(宋)나라 사마광(司馬光, 1019-1086)이 20여년에 걸쳐 정치하는 사람에게 거울이 되기 위한 자료로서 저술한 방대한 『자치통감(資治通鑑)』 294권 중 191권에 기록된 내용이다. 또 193권에 보면 황제가 된 이세민(당 태종)이 위징에게 간곡하게 부탁한다. “관직을 위하여 사람을 선택하면서 급히 하지 마시오. 한 사람의 군자를 채용하면 군자들이 모두 오겠지만 한 명의 소인을 잘못 쓰면 소인들이 다투어 나오게 되오.” 이것은 이세민이 35세 때의 일이다. 훗날 당 태종 후기에 동북원정을 강행했다가 고구려에 대패하고 돌아오면서 “위징이 지금 살았다면 이 전쟁을 말렸을 텐데”하며 한탄했다는 구절도 보인다.

요사이 송영길 시장 당선자의 비전위원회에서 많은 일을 하고 있는 줄 안다. 그러나 안상수 시장 8년 동안 공무원으로서 안상수 전 시장을 돕지 않은 사람이 있겠는가? 돕지 않았다면 그것이야말로 이상한 일이다. 안상수 사람, 송영길 사람을 떠나 큰 틀에서 이세민이 위징을 찾듯 능력 있는 사람을 찾는데 힘을 쏟아야 한다. 송영길 시장은 젊다. 과거 시 정부가 잘못한 것이 있다면 시간이 가면서 스스로 드러나게 되어 있고, 의지가 있다면 바로 잡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가야할 길은 멀고, 시민의 희구(希求)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도 혼자서 모든 일을 할 수는 없기에 지금 새로운 시 정부에게 필요한 것은 능력 있는 사람이다. 그것을 아는 것뿐만 아니라 느껴야 하고 실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