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관칼럼Chairmans's Column

공정사회로 가는 지름길

  • 날짜
    2010-09-16 11:2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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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대통령은 공정사회를 선언했다. 역대 어느 정부나 표현만 조금씩 달랐을 뿐 표방하는 아젠다(agenda)의 기초는 결국 공정사회를 전제로 구상되었을 것이다. 만일 그렇지 않았다면 모든 것이 허상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내건 ‘공정사회론’ 역시 정치, 교육, 사회 모든 분야에서 제도적 보완뿐만 아니라 도덕과 정의의 차원에서 접근하겠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국회 청문회에서 위장전입을 여러 차례 반복한 후보, 개발정보를 접하고 쪽방촌에 투자한 후보, 자신에게 상황이 불리할 때마다 수차례나 말을 바꾼 후보 등 시민사회가 납득할 수 없는 경우가 생기자 청와대는 자신이 적극적으로 후원했던 총리 후보와 집권 초반부터 차관으로 일해 왔던 장관 후보 두 사람을 낙마시켰다. 또 얼마 전에는 자신의 딸이 단 1명을 뽑는 외무부 특채시험에서 특혜를 누렸다는 이유로 온갖 구설수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보전해온 현직 외무부 장관을 물러나게 했다.

동양의 전통적인 고전 “사서오경(四書五經)” 중에서도 그 역사가 가장 오랜 『서경(書經)』의 「태서(泰誓)」편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온다.

天視自我民視 天聽自我民聽

이 말은 “하늘은 우리 백성의 눈을 통해서 보고, 하늘은 우리 백성의 귀를 통해서 듣는다”는 뜻이다. 이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것처럼 ‘민심(民心)이 곧 천심(天心)’이란 말이며, 위와 아래가 소통했다고 할 수 있다. 대통령이 공정사회를 말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공정사회는 누구나 간절히 희구(希求)하는 것이며 세계 인류가 유사 이래 오늘까지 꿈꿔온 이상적인 사회의 모습이다. 그러나 누구나 이것을 희망한다는 것은 현재 그와 같은 사회가 많지 않으며 그만큼 성취하기 어렵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공정한 사회는 어떤 사회를 말하는 것일까? 앞서의 예처럼 청문회나 사법기관을 통해서 응징하고 규제를 강화한다고만 하여 가능한 것은 아닐 것이다. 맹자(孟子)는 전쟁을 통해 패도(覇道)를 이룩하려는 왕에게 간언하길 “일정한 재산(恒産)없이 마음을 지키는(恒心) 사람은 오직 선비라야 할 수 있다. 일반 백성은 일정한 재산이 없으면 마음을 지킬 수 없다. 만일 지키는 마음이 없고 보면 방탄하고 편벽하고 간사하고 사치스러운 것 등 안하는 것이 없을 것이다. 백성들이 이런 일로써 범죄에 빠진 후에 그 범죄에 따라서 형벌을 준다면 이것은 백성들을 마치 그물을 쳐서 잡는 것과 같으니 어찌 어진 사람이 임금 자리에 있으면서 백성들을 그물을 쳐서 잡는 짓을 할 수 있겠습니까?”<『맹자』 「양혜왕(梁惠王) 상(上)」편>라고 말하면서 힘없는 백성을 괴롭히지 말라고 강조한다.

다행히 우리 대통령은 공정사회를 주장하면서 일반 시민보다는 많이 배운 사람, 힘 있는 사람, 지도층에 있는 사람, 가진 사람이 설령 손해를 보더라도 솔선수범하여 앞장서라고 권하면서 이것이 고통스러울 수도 있다고 말한다. 대통령의 이런 말 한 마디에 수많은 시민들이 박수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박수를 보내면서도 지금까지 사회지도층에 있는 사람들 중에는 자신의 지위와 재산의 손실이 없을 때만 그 같은 명분을 내세워왔었다는 사실을 경험적 선례를 통해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나는 종종 후배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충고삼아 들려주곤 한다. “정치는 하는 것이지만 경제는 되는 것이다.” 경제발전의 혜택이 일반 서민 가정까지 골고루 체감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더구나 빈부의 양극화가 늘어나는 사회, 청년실업률이 높아 고통 받는 사람이 많은 사회에서는 먼저 솔선수범하겠다는 지도자들이 처지가 어려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쌓아가기 위해서는 먼저 이처럼 고통 받고, 역경에 처한 계층과 마음으로부터 역지사지(易地思之)하는 자세와 행동을 보여야 하고, 이것을 다시 제도를 통해 뒷받침해야만 한다. 이것이야말로 공염불에 그치지 않고, 공정사회를 현실로 만들어 가는 첩경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