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관칼럼Chairmans's Column

새얼아침대화 300회 21세기에 다시 만나는 죽산 조봉암의 사상 인사말씀

  • 날짜
    2011-03-10 11:3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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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귀하고 분주하신 분들이 멀리까지 찾아주셔서 저로서는 고맙고 감동스럽습니다. 저만이 아니라 새얼문화재단의 많은 회원이 모두 한결같은 마음일 것입니다. 바람 불고 비가 오는 날, 또는 눈이 많이 오거나 몹시 추운 날일지라도 새얼아침대화의 참석자는 줄지 않았습니다. 모르는 사람들은 참 이상하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험한 날에 참석하신 분들은 “날씨가 좋지 않아서 참여자가 줄지 않을까 싶어 더 열심히 나오게 된다”고 하십니다.

저는 이런 분들의 말씀을 들으면서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뜨거운 정을 느끼고 다른 한편으로 이 모임은 인천 시민의 사랑과 함께 점차 커가는 응집력의 상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굴업도핵폐기장반대시민운동과 인천대교주경간폭확대시민운동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인천시민의 정체성과 응집력을 자각했습니다. 이러한 운동의 중심에는 언제나 이 자리에 참석해주신 새얼문화재단 회원 여러분들이 계셨습니다.

또 인천의 자랑인 고미술학자인 우현 고유섭 선생의 동상과 작사·작곡자가 모두 인천 사람인 가곡 <그리운 금강산>의 노래비는 여기 참석하신 새얼회원 여러분이 모두 조성했습니다. 10년 전 강화에 세운 죽산선생추모비는 지금은 작고하신 유진국, 이상태 선생 등 강화 시민과 함께 새얼문화재단에서는 경제적 지원도 아끼지 않았습니다.

새얼문화재단은 지난 1975년부터 지금까지 5,637명에게 21억 9천 3백여만 원의 장학금을 지급해 왔고, 지역에서 발간되는 유일한 전국지인 황해문화를 18년, 매년 한 번씩 거행되는 새얼백일장을 26년, 가곡과 아리아의 밤이 28년, 국악의 밤 20년을 여기에 참여해주신 새얼회원과 인천 시민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협력으로 한 번도 빠짐없이 해마다 시행해오고 있습니다.

우리가 여기서 서로 격려하고 또 앞으로 새얼문화재단이 좀더 시민의 품에 안기고 인천의 정체성과 좋은 사람이 편하게 살 수 있는 고유의 문화를 확립해 가는 데 진력하겠다는 뜻으로 서로 박수 한번 치고 싶습니다.

오늘 박명림 교수의 강연과 글로 죽산 조봉암 선생을 기리게 되었습니다. 여기 고(故) 죽산 선생의 장녀이신 조호정 선생과 고독하게 그리고 꾸준하게 죽산추모사업회를 이끌어 오신 김용기 회장, 곽정근 사무총장, 조병현 고문 그리고 강화에서 죽산기념사업회를 이끌어 오신 김현기 회장과 정창화 고문이 참석해서 더욱 뜻깊게 이 자리가 빛나고 있습니다.

지난 1월 20일 대법원 무죄 판결로 선생은 52년의 어두운 지하에서 귀향했습니다. 저는 이것을 유사(遺事)에서 정사(正史)로 진입했다고 표현했습니다. 인천의 정치적 선각자들은 많이 불행했습니다. 4·19의거로 성립된 민주정부의 내각수반이었던 장면 선생은 5·16군사쿠테타로 실각되었고, 북한 부수상까지 오른 이승엽 선생은 미제국주의의 간첩으로 몰려 박헌영과 함께 처형당했습니다. 또한 죽산 조봉암 선생은 남한에서 간첩죄로 평화통일의 꿈을 정권과 결탁한 부당한 법정에서 꺾여야만 했습니다.

이렇게 남과 북에서 이곳의 지도자들이 비운의 삶을 마감했지만 죽산 선생은 뒤늦게나마 살아 귀향했습니다. 이제 인천은 원한의 땅이 아니라 장기간의 어둠을 걷어내고 일어나는 토양이 되었고, 침묵과 지속적인 인내로 이겨낸 용기와 정서는 후학들의 정신적 자산이 될 것입니다. 이제 인천은 거목 같은 선각자들의 정신을 이어받아 더 크고 훌륭한 지도자가 생성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열심히 노력해야 합니다. 여기에 죽산 선생이 귀향한 의의가 더 큰 것입니다.

죽산 선생이 지금 생존해 계시다면 112세가 됩니다. 선생을 따르던 진보당 당원들도 이제는 거의 타계하셨습니다. 죽산 선생의 귀향이 지닌 정치적 의의보다는 황해 앞바다의 평화와 함께 한반도 중심에 위치한 인천의 역사적 기능을 발전시키면서 이 고장의 인재를 찾아내 키우는 것이 인천 사랑의 첫 번째 의무요, 권리가 된다는 것을 마음속에 각인해야 합니다.

우리는 선생님이 햇볕을 보게 된 것은 인천 사람만의 희구가 아니라 온 국민의 열망에서 성사되었다는 사실과 그 고마움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아침대화 300회는 인천 시민이 응집하면 그 무엇이라도 지속적으로 해낼 수 있는 힘과 열정의 상징이라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