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관칼럼Chairmans's Column

한국은 시민안전을 위해 무엇을 했나

  • 날짜
    2016-06-08 11:3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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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대화 6월 모두연설>
지용택(새얼문화재단 이사장)

영국 <이코노미스트>지 전(前)서울특파원 ‘다니엘 튜더’가 <중앙일보> 6월 4일자에 실린 “한국은 시민안전을 위해 무엇을 했나”를 읽고 또 읽었습니다.

“(옥시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한) 레킷벤키저(기업)가 영국에서라면 생각도 못할 부끄러운 짓을 한국에서 저질렀다고 의심해야 하는 나는 영국 시민으로서 슬프다.”고 전제하면서 자본주의 자체는 무도덕(無道德)하다고 주장합니다. 자본주의를 실천하는 사람 중에는 윤리적인 사람도 많지만 반대로 손에 피를 묻히는 것쯤은 개의치 않는 사람이 있기 때문입니다.

1974년 화학공장 폭발로 27명이 사망하자 영국은 “보건안전규정”을 제정하여 작업장의 치명적인 상해가 73%나 줄었다고 합니다. 영국에서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은 인구 10만 명당 0.44명에 불과한데, 한국은 8명이나 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나라가 영국에 비해 작업장 상해가 16배 이상 많다는 뜻입니다. 동시에 옥시 가습기 살균제 판매 이후 5년간 한국 정부는 시민을 위해 무엇을 했느냐고 질책하고 있는 것입니다. 더군다나 2008년부터 영국은 기업과실치사 및 기업살인죄를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과시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요즘 우리 사회는 구토(嘔吐) 언어가 만연되어 있는데, 이것을 그냥 흘려보내지 말고 시민의 신음소리라고 생각하고 경계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금수저, 은수저, 흙수저를 물고 나온다고 하는 끔찍한 이야기가 회자됩니다. 이렇게 되면 우리 사회는 이미 계급 및 세습 사회가 되는 것입니다.

어쩌다 연애는 하지만 결혼할 생각은 없고 결혼은 해도 아이를 가질 생각이 없다는 것이 젊은이들의 사회상인 삼포(三抛)입니다. 여기에 일자리, 내 집 마련을 포기해서 오포가 되고 인간관계 포기, 희망포기가 칠포가 됩니다. 그리고 건강과 외모 관리 포기 등, 이래서 젊은이의 구포라고 웃어넘깁니다.

이것을 그저 남의 일이라고 웃고 잊어버릴 일인가? 이 근래 정신 병력이 있는 사람에게 묻지마 살인 사건으로 22살의 처녀가 살해당했습니다. 서울메트로 안전문(스크린도어)을 고치는 19세 계약직 청년이 억울하게 죽었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러나 이 일이 터지자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모여드는 군중의 열기를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 사회의 안전판이 한쪽으로 기울고 있는 느낌이 듭니다. 이러한 사회현상을 함께 고민하면서 이 나라 지도자들은 근본적인 개혁을 시급히 내놓아야 합니다. 절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