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9년 백일장 시부문 장원작품(초등3.4학년부~어머니부)

  • 날짜
    2009-05-06 10:32:00
  • 조회수
    3540

시부문
-------------------------------------초등3/4학년부
 
천둥소리


송현초등학교 4학년
하 예 성


천둥소리 시끄럽네
자는 개가 깨네


천둥소리 시끄럽네
우리 아기가 깨네


천둥소리 시끄럽네
우리 아기 울음소리
더 시끄럽네


자장 자장 자장 자장
우리 엄마 자장가 소리


울던 우리 아기
다시 잠이 드네


시끄럽던 천둥소리도
조용히 잠이 드네


천중소리 잠을 자니
우리 동네 잠이 드네


-------------------------------------초등5/6학년부

거짓말


개흥초등학교 5학년
신 아 영


거짓말을 했어요.
수학여행 신청서 냈냐는 물음에
네 라고 거짓말을 했지요.


어떻게 내가
엄마 주신 돈으로
수학여행 가겠어요?


낮에는
다리 부어가며
주방일 하시고
밤에는
손에 못 박히게
미싱 돌리시는데...


그렇게 번 돈으로
어떻게 비싼
수학여행을 가요?


내가 할 수 있는 건
오랜만에 주무시는
엄마 손에
가만히 수학여행 갈 때
내는 돈
쥐어드릴 뿐이지요.


만약
왜 다시 돈을 줬냐고
물으시면


다시 가져가는 척 하다
엄마 지갑에 넣을래요.


만약 이게
나쁜 거짓말이라도
나는
착한 거짓말이라고
믿고 살래요.

 

-------------------------------------중학교부

산 위에서


인주중학교 3학년
이 하 은

 
산 위에 고생고생 올라가면
요즘 부쩍 허약해지신
우리 할머니 요양원 보이고


산 위에 고생고생 올라가면
300원짜리 일거리 들어왔다고
기뻐하시는
우리 아빠 공장이 보이고


산 위에 고생고생 올라가면
우리 가족 위해 눈물 뿌리며
기도하는
우리 엄마 교회가 보이고


산 위에 고생고생 올라가면
우리 가족 경제상황 못 본 척
눈 감고 공부하는
우리 오빠 학교가 보이고


산 위에 고생고생 올라가면
지난겨울 보일러비 아끼려고
옷 하나하나 껴입는
허름한 나의 방이 보이고


산 위에서
산 위에서


눈을 감는다.
그들의 모습을 잊어버린다.

 

-------------------------------------고등학교부


가족사진


국제고등학교 3학년
전 승 재


어머니 뜨개방에 앉아 앨범을 본다
빛바랜 웃음 짓고 있는 낯선 어머니가 보인다
입 벌린 통장이 허기진 잔액을 보이며
어머니 악몽 속에서 플래시를 터뜨리는 날들


가진 게 없어 폐가처럼
폭삭 늙어버렸다는 어머니
햇빛이 깊은 주름을 그대로 들춘다
이젠 입 꼬리마저 닳고 닳았나
잔주름이 가득 물려있다


책갈피 삼을 추억 하나 없이
역광사진처럼 새까맣던 시간
어머니는 드세진 자신의 표정을 알고 있을까


굵어진 손가락에 실이 잘 감기지 않는다
하릴없이 드나드는 아주머니들 모두 어머니를 닮았고
사람들이란 커다란 피사체의 일부가 되어
어머니는 수다 속에 묻혀버린다


골동품마냥 늙어버린 어머니
세상에 흔적 하나 남기고픈 마음이 없어
더 이상 가족사진을 찍지 않는다
화장기 없는 푸석한 모습만이
뜨개방 쇼윈도에 찍힌다

 

-------------------------------------어머니부

저녁 다섯 시


서운중학교 2학년 김우수 학생 어머니
서  경


꺼억 꺼억 서러움이
손에서 놔버린 풍선처럼
정강이를 타고
심장으로 말려 올린다


절규를 풀어놓은 최루탄
함성 짓는 노을은
뒷좌석 가득 지들만의 색깔을
터질듯 싣는다


서러움의 옷을 입은
그 노을빛 안에서,


금동이네 돌담벼락을 돌아서서
빨리 들어오라 부르는
엄마 목소리
멈칫,
당황한 아이의 동자 안에
저녁의 노을이
겁나도록 쏟아져 있다.
한두 집씩,
서너 집씩,
굴뚝신호 점점이 커져 가면
엄마에게로 돌아가야 되는,
......
그러고 싶은,
사십여 년 전 내 시간들이
정수리부터 나를 누른다


밀물에 보탠 눈물들이 차가워지면
갑자기
어디론가 돌아가고 싶은
강한 본능이
불안한 맘에 섞이고
노을이 격하게 핀 날
저녁 다섯 시 즈음에
나이든 어른은
굳이 전화를 한다


다 알진 못해도
아는 듯 하는 님에게
오후 다섯 시라서
노을이 너무 무겁다고...
전화를 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