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새얼백일장 장원작품

  • 날짜
    2013-05-08 14: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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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회 새얼백일장 초등 3,4학년 산문 부문 장원>

보물

인천후정초등학교 4학년 김보경

 

큰아빠는 우리 집의 보물이다.

하지만 안타까운 보물이다. 왜냐하면, 우리 큰아빠는 어릴 적부터 귀는 잘 들리지 않으셨고, 눈은 희귀병인 ‘망막 색소 변성증’이 있다.

여러 번 고치려 노력했지만, 희귀병이라 고치지 못한다. 비록 이러한 장애가 있지만,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가지고 계신다.

우리 집의 보물이신 큰아빠, 언젠가는 눈이 보이지 않겠지만, 큰아빠는 디자인 하는 것이 좋아서, 눈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셨다.

나도 가끔 큰아빠의 디자인을 보는데, 그 중에는 장애인을 위하여 만든 디자인도 있었다. 할머니는 이러한 작품을 보시고 눈물을 흘리시며 “내 아들, 내 보물. 눈이 완전히 안 보이면 이런 작품도 만들지 못할 텐데…….”라고 자주 말씀하신다.

큰아빠는 가끔씩 우리 집에 찾아와, ‘괜찮다, 괜찮다’ 하시지만, 표정을 보면 그게 아닌데 거짓말 하시는 것 같다. 그래도 좋은 점이 있다. 큰아빠네 집은 항상 시끌시끌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이 들으면 싸우는구나 하겠지만 그게 아니다. 큰아빠의 귀가 안들려서 그런데 오해하는 것이다. 할머니는 큰아빠를 임신했을 때, 찬 바다에서 해녀 일을 해서 그렇다고 생각하신다. 가난한 생활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큰아빠를 위해 셋아빠도, 말젯아빠도 우리 아빠도 항상 배려를 한다.

할머니에게는 큰아빠가 안쓰럽고 안타까운 보물이지만, 형제들에게는 양보와 배려를 가르쳐 주는 훌륭한 보물이다.

 

 

<제28회 새얼백일장 초등 3,4학년 시 부문 장원>

인천신대초등학교 4학년 송지윤

 

엄마가 나를 부르셨다.

시험 잘 봤다고 칭찬하는

엄마 얼굴에 탐스러운

해바라기 꽃이 피었다.

나도 분홍빛 진달래처럼

생긋 웃었다.

엄마와 나는 마음이 통한다.

들길을 걸어갔다.

보라색으로 피어난 제비꽃이

작은 웃음을 보냈다.

나도 제비꽃을 보고 웃어 주었다.

우리 둘에게는 아무도 모르는 비밀의 인사가 있다.

체육 시간에 운동장으로 나갔다.

뛰고 던지고 받고

하늘로 둥실둥실

떠오르는 웃음 소리

운동장에 서 있는 벚꽃이

그 소리에 놀라

꽃봉오리를 터뜨린다.

교실에서 친구들과 놀고 있었다.

웃음소리가 한가득

“하하하. 호호호. 깔깔깔.”

선생님 책상에는

프리지어가 한 다발

노란 웃음이 우리 얼굴을 닮았다.

 

 

<제28회 새얼백일장 초등 5,6학년 산문 부문 장원>

청람초등학교 5학년 박주현

 

어느 봄날이었다. 새싹은 파릇파릇하고, 꽃들은 활짝 핀 아름다운 봄날이었다. 학교에서 열심히 수업을 듣고 있던 나는 갑자기 창문을 보았다. 내 자리는 창가 주변이었기 때문에 밖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창문을 빼꼼이 보니, 밖에는 봄비가 내리고 있었다. 비를 계속 보고 있던 나는 걱정을 했다. ‘비가 계속 오면 안 되는데. 우산 가져올 사람도 없는데…….’ 더군다나 우리 집은 친구들 집과의 방향도 달랐다. 집의 거리도 멀었다. 그렇게 걱정만 가득 쌓인 마지막 교시는 끝났다. 그런데, 하늘이 내 마음을 알았는지 비가 그쳤다. 나는 순간적으로 비에게 고마웠다. 사소한 것에 대해서 고마움을 느낀 건 내 일생에 몇 번밖에 되지 않았다. 나는 할 것이 없어서 친구에게 말했다.

“우리 놀래?”

“너 집 멀잖아.”

“공원에서 놀면 돼. 공원은 너희 집이랑 우리 집이랑 둘 다 가깝잖아.”

친구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우리는 몇 명을 더 불렀다. 우리는 정말 신나게 놀았다. 거의 다 놀았을 때쯤, 우리는 풀 속을 느릿느릿 기어다니는 달팽이를 보았다. 그때, 우리 모두는 비가 와서 달팽이가 있나보다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달팽이는 한두 마리가 아니었다. 그것을 본 우리는 동시에 “우리 달팽이 잡자!”라고 다같이 말했다. 그래서 우린 뿔뿔이 흩어져서 달팽이를 찾았다.

그때, 내 눈에 아주 작고 귀여운 아기 달팽이가 보였다. 내가 그 작은 아기 달팽이를 잡으려고 한 그 순간, 어디선가 빠른 LTE급 속도로 달려왔다. 평소 나와 내 친구들이랑 별로 친하지 않은 친구였다. 그 친구는 빠르게 아주 귀여운 아기 달팽이를 낚았다.

나는 어이가 없고 황당해서 그 친구한테 어떻게 아기 달팽이를 봤냐고 묻자, 그 친구는 멀리에서 봤다고 했다. 평소 시력이 안 좋았던 그 친구가 그 작은 달팽이를 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나는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내 아기 달팽이를 낚아채 간 것도 모자라 이젠 거짓말까지! 지금도 생각하면 분하다. 나는 어떻게 복수를 해줄까 궁리를 했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란 말처럼, 이 방법밖에는 복수를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나도 그 친구처럼 그 친구가 잡으려고 한 달팽이를 먼저 가로챘다. 너무 기쁜 나머지 나는 환호와 소리를 지르며 세리머니까지 했다.

그런데 그 친구는 가소롭다는 듯이 웃으며 나에게 말했다.

“괜찮아, 나는 10마리나 잡았으니까!”

완전 해맑은 얼굴과 천진난만한 표정을 짓는데 나는 정말 멘탈붕괴. 말 그대로 멘붕이 와버렸다. 그런 줄도 모르고 환희와 소리까지 지르고 세리머니까지 하던 내가 정말 부끄럽고 한심한 느낌이 팍 느껴졌다. 정말 힘없이 나는 터덜터덜 걸어갔다.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뒤를 돌아보니 미안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 친구가 보였다. 왜 따라오냐고 묻자, 너희 집이랑 가는 방향이 같다고 말했다. 그럼 같이 가자고 나는 그 친구에게 말했다. 그러자 그 친구도 고개를 끄덕거렸다. 나는 그 친구에게 진짜로 왜 내가 집으려고 했던 아기 달팽이를 낚아챘냐고 묻자, 그 친구는 너와 친해지고 싶었다고 했다. 그 말을 들은 나는 깜짝 놀랐다. 그 친구는 너는 항상 다른 친구들이랑만 놀았다고 했다. 그리고 나는 너와 친해지고 싶어서 아기 달팽이를 낚아챘다고 했다.

그 말을 들은 나는 숙연해지고 괜히 미안했다. 나는 봄비와 풀이 고맙다. 그 둘 때문에 나는 새로운 친구를 사귀었고, 왠지 모를 친구의 고마움을 느꼈기 때문이다. 봄비와 풀을 만나서 달팽이도 만나고 친구도 사귈 수 있어서 나는 참 봄비와 풀이 고맙다.

 

 

<제28회 새얼백일장 초등 5,6학년 시 부문 장원>

왕따

인천용현남초등학교 6학년 안영환

 

형광등이 켜져도

늘 어두운 한구석

친구라 이름 붙이기 어려운 한 아이

줄서서 식판을 받아도

밥을 먹는 게 아니라 삼키는 것만 같은

아까 그 아이

팀을 짜서 경기를 할 때도

모두의 눈총을 견뎌야 하는

우리반 어떤 아이

너무나 안타까워 다가가고 싶어도

금방 잊게 되는

가엾은 아이

미안해, 미안해

 

 

<제28회 새얼백일장 중학교 산문 부문 장원>

촛불

인천동방중학교 장환이

 

토요일 저녁쯤에 나는 TV를 보고 있었고, 오빠는 핸드폰을 만지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전등은 꺼지고, TV도 같이 꺼졌다. 아마 정전된 것 같았다. 오빠는 집에 있던 손전등으로 초를 찾았고, 식탁에 초를 놓고 불을 켰다. 오빠랑 나는 식탁에 마주보고 앉아있었다. 평소에 말을 안해서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몰랐다.

“오빠.”

“왜?”

“불 언제 들어와?”

“몰라.”

짧은 대화를 끝내고 우린 다시 침묵을 했다. 초는 점점 녹아가고, 나는 너무 심심했다. 오빠는 핸드폰을 식탁에 놓고 엎드려 있었다.

“오빠.”

“왜?”

“오빠는 고3이니까 공부를 많이 해야 하지?”

“어.”

“힘들겠다.”

다시 침묵을 하고, 시간은 계속 지나갔다.

“야!”

“왜?”

“너 공부 잘하냐?”

“그럭저럭.”

“열심히 해라.”

“응. 고마워.”

오빠도 심심해서 자꾸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십 분 정도 지났고 오빠가 먼저 침묵을 깼다.

“야.”

“왜?”

“우리 옛날에도 이렇게 조용했냐?”

“아니, 어렸을 때 자주 놀았잖아.”

“그렇지…….”

오빠는 오랜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오빠가 생각하는 동안 나는 초를 관찰했는데, 촛불이 오래 있을수록 초는 점점 녹아 작아졌다.

“야!”

“또 왜?”

“너 내일 시간 있냐?”

“아니, 내일은 일요일이어서 시간 무지 많아.”

“그럼 우리 내일 영화보러 갈래?”

“왜? 갑자기 영화를 봐?”

“그냥. 이대로 가다가 커서 연락 끊고 지낼 것 같아서…….”

오빠는 우리가 너무 서먹해서 신경 쓰이고 있었던 것 같았다.

“그래! 재밌겠다.”

그렇게 약속을 정하고 있을 때, 불이 들어오고 다시 전등은 켜지고 TV도 켜졌다.

오빠는 촛불을 끄려고 했지만, 내가 끄지 말라고 해서 끄지 않았다. 오빠는 왜 끄면 안되는지 물어봤고, 나는 그냥 끄기 싫어서라고 말했다.

촛불이 초를 녹인 것처럼, 오빠와 나의 어색함도 녹인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촛불이 초를 완전히 녹이기를 기다렸다.

 

 

<제28회 새얼백일장 중학교 시 부문 장원>

나방과 촛불

신송중학교 3학년 박경일

 

나방이 있고

촛불이 있다

나방은 촛불에 달려들고

촛불은 나방을 안아준다

그리고 나방은 자유롭게,

너무나 자유롭게

저 하늘을 날아간다

내가 있고,

촛불이 없다

나는 길을 잃고

어둠속에 앉아 있다

그리고 나는 슬프게

너무나도 슬프게

저 하늘을 날고 싶다

 

 

<제28회 새얼백일장 고등학교 산문 부문 장원>

안양예술고등학교 3학년 조성호

 

“불쌍한 아이들이니까 따뜻하게 대해 줘.”

보호소 실장이라는 파마머리 여자가 가리킨 건 우글거리는 개들이었다.

속이 울렁거리는 개 냄새에 내 표정은 저절로 일그러졌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실장이 일러준 대로 나는 사료 그릇을 들고 안으로 들어갔다. 수많은 개들이 일제히 내 발밑에 모여들어 왕왕거렸다. 몇 마리는 내 바짓가랑이를 물고 늘어지고, 두 발로 서서 내게 매달리기도 했다. 나는 정신없이 밥을 주다 멈칫했다. 저 구석에서 늙은 개 한 마리가 힘없이 앉은 채로 내가 있는 곳을 쳐다보기만 하고 있었다. 다리에 힘이 없는지, 밥을 먹으러 오는 것조차 할 수 없는 늙은 개.

“고생하시는 네 할머니 얼굴을 봐서라도 그러면 안 되지 자식아. 강제전학을 갈래, 사회봉사를 할래?”

짜증을 탄식처럼 내뱉던 학생부장의 얼굴은 일그러져 있었다. 나는 못 들은 척 고개를 돌렸다. 담배 몇 번 피운 게 무슨 대수라고. 교무실 알림판에는 나와 친구들 이름이 적혀 있었다. 흡연, 수업태도 불량 등의 몇 단어 또한 괄호 안에 들어 있었다. 김현석 자퇴, 황준호 사회봉사. 그리고 나는 개 똥오줌 냄새가 진동하는, 쉬지 않고 짖는 똥개들 때문에 귀가 아픈 유기견보호소에서 일주일간 봉사를 하기로 했다.

보호소 여자 실장을 처음 만나는 순간, 나는 기겁을 했다. 꼬불거리는 파마머리만 없다면 학생부장과 똑같이 생겼기 때문이다. 까만 뿔테 안경을 집게손가락으로 추키는 것까지 똑같았다. 하지만 실장 입에서 나온 말은 의외로 온순했다.

겨우 밥을 주고 밖으로 나와 몰래 담배를 피우려고 한 개비를 꺼내는데 뒤에서 실장이 소리쳤다.

“학생! 담배 피우면 애들한테 안 좋아! 사람이나 개나 다 똑같다고!”

깜짝 놀라 재빨리 담배를 주머니에 꾹꾹 눌러 넣었다가 다시 꺼냈다. 뭔 상관이람. 약간 비틀어진 담배를 다시 원래 모양으로 만들어놓고 피웠다.

개들이 있는 곳을 청소하다 보니, 어느덧 그 늙은 개가 있는 케이지까지 왔다. 늙은 개가 들어있는 케이지는 똥오줌이 묻어 더러웠다. 새끼손가락만 써서 문을 열고 어서 비키라며 녀석을 빗자루로 툭툭 쳤지만, 녀석은 일어날 힘도 없어 보였다. 나는 하는 수 없이 녀석을 살짝 들어 밖에 꺼내놓았다. 살펴보니, 뒷쪽 벽에도 똥오줌으로 벽화가 그려져 있었다. 빡빡 문질러가며 청소를 하는데 늙은 개가 내 다리에 몸을 기댔다. 그러다가 몸을 비비기 시작했다. 꼬리를 천천히 흔들기도 했다. 옆에서 같이 청소를 하던 실장이 피식 웃으며 다가와 녀석을 안아 올렸다. 그리고 늙은 개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이 할머니는 이상하게 교복 입은 학생들만 보면 환장을 하더라고. 아마 주인이었던 사람이 학생 비슷한 나이였나 봐.”

교복을 좋아하는 늙은 개, 그 말을 들어서인지 나는 일을 하다가도 가끔씩 녀석에게 눈길이 갔다. 그럴 때면 녀석은 무료하게 누워 있다가 나를 쳐다보며 꼬리를 흔들었다. 청소를 끝내고 철창 문을 닫으니, 녀석은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늙은 개는 나를 잘 따랐지만, 가끔 내가 담배를 피우고 들어올 때면 캑캑거리며 숨쉬기 괴로워했다. 가뜩이나 집에서도 폐가 안 좋은 할머니 때문에 못 피우는데. 언제부터인지, 고통스러워하는 늙은 개를 보면서 나는 담배를 피울 수가 없었다.

보호소에는 종종 손님이 찾아왔다. 손님은 케이지를 찬찬히 둘러보다가 한 마리를 가리켰다. 손님의 손가락 끝이 향하는 건 주로 멀쩡하고 활발하게 뛰어노는 개들이었다. 다친 곳이 있거나 힘이 없는 개들은 선택받지 못했다. 늙은 개도 마찬가지였다. 유기견을 데려가려는 손님에게 실장은 항상 강조했다.

“이미 한 번 버려졌던 아이들이에요. 아낌없이 사랑을 주셔야 해요, 꼭!”

봉사를 마치고 버스 정류장에 나와 한참을 서있었다. 문득 내가 유기견들과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지금 할머니와 같이 사는 건, 이혼할 때 나를 서로 맡기 싫다던 부모님 때문이었다. 부모님이 서로 싸울 때, 조용히 내 손을 잡았던 할머니였다.

유기견들을 돌보는 실장처럼 갈 곳 없는 나를 안쓰러워하며 돌봐주는 할머니. 나는 일부러 친구들과 어울려 놀러다녔다. 담배를 피우며 잔뜩 폼을 잡았다. 하지만 마음 속 한 구석엔 언제나 할머니에 대한 걱정이 있었다. 갈 곳 없는 나를 맡아 돌보고 있지만, 따지고 보면 할머니도 버림 받은 사람이었다. 한 푼도 도와주지 않는 아들과 며느리 때문에 늘어난 식구 하나를 더 먹여 살리려고 새벽 찬 공기에 밭은기침을 해가면서 시장에서 푸성귀를 팔아야 했다.

봉사활동을 하는 내낸 늙은 개는 유난히 나를 따랐다. 나도 잘 움직일 수 없는 녀석을 위해 일부러 사료를 따로 그릇에 담아 주기도 했다. 늙은 개는 밥을 먹고 나서 내 손에 코를 박고 냄새를 맡았다. 헥헥거리며 숨을 몰아쉬는 늙은 개의 뜨거운 숨이 내 손에 느껴졌다.

마지막 봉사하는 날, 실장은 카메라로 열심히 늙은 개와 다른 개들의 사진을 찍었다. 웬일로 사진을 찍느냐고 물어보자 실장은 책상 서랍을 열고 수북하게 쌓인 개 사진들을 보여주었다.

“이 아이들을 기억하려는 거야. 아이들을 언제까지 여기서 키울 수는 없으니까. 그 동안 수고했다. 오늘은 일찍 들어가도 돼.”

시간이 다 차지도 않았는데 나를 보내주는 실장에게 이유를 묻자, 실장은 개들이 있는 곳을 쳐다보며 말했다.

“사실, 오늘은 2주일에 한 번씩 아이들을 떠나보내는 날이거든. 주사로 편안히 눈을 감겨준 다음에 화장해줄 거야. 학생한테 도와달라고 할 수는 없잖아?”

실장은 안쪽에 있는 개 한 마리를 케이지에서 꺼내 진료실로 들어갔다. 나는 보호소 밖으로 나와서 담배를 꺼내 물며 중얼거렸다.

“그깟 개, 늙었으니 어차피 죽는 거지.”

하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눈앞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자꾸만 기진맥진해 잠에 빠진 할머니를 내버려둔 채 방문을 닫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나는 제대로 한 모금 들이키지도 않은 담배를 확 구겨버렸다.

“죽지 마! 나 이제 담배 같은 거 안 피우고 할머니 말 잘 들을 게!”

나는 미친 놈처럼 엉엉 울면서 늙은 개에게로 달려갔다. 늙은 개와 나 사이를 가로막은 철창 문을 열고 늙은 개를 안아 올렸다.

 

 

<제28회 새얼백일장 고등학교 시 부문 장원>

진선여자고등학교 2학년 김지현

 

입항을 거부당한 쓰레기들이

태평양을 서성이다 이내 사라졌다

사방에 몰래몰래 버려진 그들은

어긋난 어둠 속으로 흩어졌지만

깊고 거대한 소용돌이에 휩쓸려

서러움처럼 바다 위로 둥둥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