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회(2021년) 새얼전국학생·학부모 백일장 장원작품 - 시

  • 날짜
    2021-07-16 13:27:45
  • 조회수
    2380

2021년 새얼백일장 장원 작품

 

<초등 3·4학년부> 시 장원

이찬희(서울 용동초등학교 3학년)

 

엄마가 늦게 오는 날

언니가 저녁이라며 빵을 주었다

 

네모난 식빵에 잼을 발라

반으로 접어 먹었다

 

언니가 계란프라이도 해주고

우유도 주었는데

 

갑자기 엄마가 보고 싶어졌다

 

엄마였으면 보글보글 된장국에

계란프라이를 해줬을 텐데

 

내가 엄마 보고 싶다고 하니까

언니가 안절부절 했다

 

빵은 간식이지 밥이 아니다

언니는 언니지 엄마가 아니다

 

나는 씩씩하게 빵을 먹으며

언니에게 웃었다

 

<초등5·6학년부> 시 장원

아무도 모르게

장선균(경기 함현초등학교 5학년)

 

아무도 모르게

내 손이 내 이름을 쓴다

 

반장 선거 날

반장후보에 오른 나

연설을 했지만

안 뽑힐까 조마조마한 마음

 

투표시간이 되어

혹시 아무도 안 뽑아줄까

내 손은 내 이름을

아무도 모르게 쓴다

 

결과는 대참사

한 표를 받은 나

마음의 충격을 받고

집으로 온다

 

비록 한 표를 받았지만

친구에게 들키지 않아

다행이다

 

 

<중학교부> 시 장원

곰팡이

정세림(부평서여자중학교 1학년)

 

피어나는 것이지만

너는 꽃이었고

나는 곰팡이었다

 

피어나는 것이지만

너는 알록달록 화사했고

나는 거무튀튀 칙칙했다

 

내가 너에게 다가가면

너에게도 곰팡이가 피어날까

네가 나에게 다가오면

나에게도 꽃이 피어날까

 

서로가 서로에게 피어나,

걷잡을 수 없게 되어버릴까

우리 둘, 그 누구도 다가오려 하지 않았다

 

피어나는 것이어서

너는 조심스러웠고

나는 두려웠다

 

피어나는 것이니

다가갔으면 좋았겠지

사랑이었으면 좋았겠지

 

<고등학교부> 시 장원

윤태희(안양예술고등학교 2학년)

 

고양이들은 담을 세우길 좋아하고

해당화 가지는 그걸 엿듣다가 혼자 붉어지지

 

고양이들이 꼬리를 세우는 건

못다 한 이야기가 있다는 의미

울음으로도 전하지 못하는 슬픔이 있다는 의미

 

너희들이 돌아선 뒷모습과

해당화가 가지를 뻗는 난간

멀어지는 가방들은 내가 모르는 꽃밭을 품고 있다

 

간밤에 길고양이가 헤집어 둔 소각장 쓰레기봉투는 알지

고양이의 발톱이 할퀴고 지나가는 건

쓰다 버린 틴트가 아니라

붉은 입술이 숨겨둔 이야기

 

언덕 아래로 사라지는 꼬리에

나만 모르는 말이 매달려 있다

 

본 적 없는 꽃밭을 상상할수록

 

짙어지는 건

남겨진 나의 입술

 

한 움큼 해당화를 뜯어내

바닥에 던져두었다

뾰족해진 발톱에 긁힌 하늘

여름의 담벼락이 한 뼘 더 높아진다

 

<학부모부> 시 장원

마중

주선영(인천 서구 장고개로)

 

설렘이 꾸깃꾸깃 가득 찬 가방을 들고

기차에 오릅니다

 

창문 속에 담긴

낯선 도시들을 여행하며

나는 첫인사를 준비합니다

들려주고픈 엉뚱한 이야기들을 상상합니다

 

멈추는 역마다

사람들이 탈출해 나갈 때

나의 마음은

벌써

기차역 광장을 두리번거립니다

 

할매!”

 

멀리서 부르면,

눈에서 사라질까

버선발로 뛰어오실 할머니가 떠오릅니다

 

내 새끼 왔나?”

 

노곤노곤한 할머니의 품 냄새가

열차칸을 가득 채웁니다

 

반가운 풍경들이 손을 흔들고

내려야 할 역이 가까워질 때

나의 마음은

여전히

기차역 광장을 두리번거립니다

 

기다려도 오지 않을

그리운 얼굴을 떠올리며

준비한 인사를 나지막이 던져봅니다

 

할매

 

잃어버렸던 이름을

되찾은 것처럼

쓸쓸한 광장이

두 팔 벌려 맞아 줍니다

 

내 새끼 왔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