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백일장 어머니부(산문) 수상자 명단

  • 날짜
    2007-04-19 09:50:00
  • 조회수
    2575
첨부파일
다운로드105_homepage18.jpg


 

 

 

어머니부  ( 산문 )

 

 

 

  

 

 

손소영

인천 연수구 송도동 성지@

골목길

 

박혜숙

인천 부평구 부평1동동아@

재래시장

 

서영화

인천 계양구 작전1동 작전삼천리

골목길

 

최향민

인천 서구 석남1동 

골목길

 

김은경

인천 서구 심곡동341-19세종쉐르빌

재래시장

 

이은수

인천 서구 당하동 영남탑스빌@

재래시장

 

공보영

인천 부평구 부평동534-96부평두산위브@

재래시장

 

정미숙

인천 연수구 송도동 송도신도시성지리벨루스

재래시장

 

유희자

걍원도 동해시 이도동 현대@

골목길

 

김소라

인천 부평구 부평1동동아@

재래시장

 

최옥진

인천 연수구 동춘2동932 한양2차@

골목길

 

홍경자

인천 부평구 십정2동494-103동암빌라나

골목길

 

김미숙

인천 계양구 작전1동30-1선우@

재래시장

 

임은미

인천 서구 심곡동 298-13 태남렉스빌

재래시장

 

남현아

인천 남구 숭의4동 230-34우성빌라

재래시장

 

손은숙

서울 광진구 광장동 현대@

골목길

 

김보경

인천 부평구 부평5동

골목길

 

김성희

인천 남동구 민수4동 주공@

골목길

 

김정숙

인천 계양구 계산3동66현대@

골목길

 

조영란

인천 서구 당하동 풍림2차@

재래시장

 

이영희

인천 연수구 청학동 서해@

재래시장

 

박양미

인천 남동구 남촌동 풍림@

골목길

 

백정례

인천 부평구 삼산동 삼산타운주공1단지

재래시장

 

강경숙

인천 남구 용현동 627-105한양2차@

재래시장

 

김수정

인천 연수구 동춘동 건영@

골목길

 

서여남

서울 노원구 하계동 학여울 청구@

재래시장

 

김소라

인천 동구 송현동 솔빛주공@

재래시장

 

김선희

인천 부평구 갈산동 정광@

재래시장

 

신란

인천 서구 마전동573현대@

재래시장

 

나옥주

인천 연수구 송도동2-9 풍림@

인천항

 

<어머니부 산문부문 장원>

골목길

 

손소영(인천 연수구 송도동)

 

아버지를 절에 모셔 두고 내려오는 내내 차 안은 그저 조용하였다. 옷가지며 구두며 불 속에 던져 타 올릴 때의 터지던 울음들이 한가로운 바람에 흔들리는 선암사 솔가지처럼 그저 무상하게 느껴졌다.
집에 돌아온 가족들은 누울 자리를 정하지도 않은 채 이 방 저 방으로 흩어져 깊은 잠에 들었다. 사십구제를 지내고 이제는 아버지를 편히 모시었다는 안도감 때문이었을까, 나도 꿈  속에서인가 아버지의 노랫소리를 들은 것 같기도 하였다.
“하늘은 오렌지색 꾸냥의 귀걸이는 한들한들…….”
술에 취해 흥얼거리는 목소리가 들릴듯 말듯 담 너머로 들려온다.
“느그 아부지 온다.”
엄마의 말씀이 떨어지자마자 나와 동생 민아는 대문을 열어젖히고 골목으로 뛰어나간다. 언덕을 넘어 이어지는 골목 끄트머리에는 검푸른 어둠만 가득하다.
“엄마! 아부지 안 오는데…….”
소리는 질렀지만 눈은 아직도 골목길을 향하고 있다. 그리고 곧 익숙한 어개, 익숙한 걸음걸이의 아버지, 그의 노랫소리가 그제서야 귀에 닿아오는 것이다.
“나는 발소리만 들어도 느그 아부지인가 아닌가 안다. 골목길에 탁 들어서면 벌써 비트덕 비트덕, 오늘도 술 한 잔 했구나 싶고…….”
나와 어린 동생은 엄마의 말에 신기한 듯 귀를 조아리곤 하였다. 가죽 공장에서 야근을 akl고 돌아온 늦은 밤에도 낮은 코를 골다가도 뭔가 기척이 느껴지는 듯 대문을 여시던 어머니.
반쯤 열려진 대문 밖에는 푸르스름한 어둠에 젖은 아버지가 어김없이 서 계셨다.
저녁을 먹고 한 칸 방에 온가족이 누운 밤이면 골목길의 소리가 벽 틈으로 스며든다. 뒤얽힌 노랫말을 제 맘대로 부르며 지나가는 남자, 꽁꽁 언 얼음판에 제대로 쿵, 넘어져버린 아저씨, 또각또각 걸음을 서두르는 여자. 그러다 어느 날엔 ‘찹쌀떡, 메밀묵!’ 소리도 들릴 참이면 자는 척 눈을 감았던 언니, 동생, 그리고 나 모두 동그랗게 눈을 뜨고 자리를 고쳐 눕는 것이었다.
밤이 깊도록 어머니가 서성인다. 섣달 그믐밤의 살추위가 골목 안에 가득하다. 서성이던 어머니의 발소리가 잠시 멈추는 순간
‘아버지 오셨나?’
천정에 매달린 백열등 불빛처럼 희미한 희망이 잠시 스친다. 그리고 방안을 가득 채우는 아침햇살. 골목 안은 벌써 설날 아침의 분주함이 넘친다. 방 한 구석에 구겨진 아버지의 외투는 아른 날보다 더욱 초라하다. 몇 달째 노동 품삯을 받지 못해 오늘은 꼭 받아오겠노라 약속하고 나선 길이었는데, 외투 주머니의 찢긴 자국, 칼로 찢어낸 자국이 조용히 구겨져있다. 딱딱하게 굳은 가래떡. 몇 줄이 하얗게 슬프다.
“영아, 그만 일어 나거라.”
어머니의 깨우는 소리에 눈을 떠 보니 어느새 저녁 시간이 훌쩍 지났다.
언니, 형부들 모두 피곤했던 기색은 조금 가셨는지 거실에선 두런두런 이야기 소리도 들려왔다.
아무래도 사십구제를 모시고 온 탓이다. 어린 시절 성남 살 적 아버지 모습이 꿈에 보인 까닭은…….
성남에서의 힘겨운 생활을 마감하고 고향인 부산에 내려오신 아버지는 처음에는 신발공장에서 일을 하시다가 쉰이 되실 무렵 어느 아파트의 관리소장으로 근무하셨다. 젊은 시절의 고생이 하도 팍팍해서였을까. 어떤 궂은일도 늘 한들거리는 꾸냥의 귀걸이처럼 ‘재미나게’ 해내곤 하셨다.
아버지의 퇴근을 기다리던 어머니의 모습도 많이 말라졌다. 아파트 난간에 나와 서 계시다가 8동 사이로 난 오솔길로 아버지 모습이 보일라치면 어린 아이처럼 손을 흔드는 것이다.
“이제 오능교.”
들리지도 않을 작은 목소리로 이제 막 길을 접어드는 아버지를 향해 이야기하며 말이다.
지지난 해 아버지의 폐암 선고는 더 이상 아버지를 골목으로 나서지 못하게 했다. 이미 3기에 접어든 상태였고 암 판정과 함께 아버지의 기력도 급격히 쇠해지셨던 것이다. 일 년 반 남짓한 투병을 끝으로 아버지는 백양산 아래 작은 절 선암사로 모셔졌다. 사십구제를 지내고 온 저녁 이 모든 일들이 꿈인 듯 실제인 듯 아련하였다.
빨리 저녁 준비를 해야 할 시간이다. 좀 더 눕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어머니에게 더 이상 늘어진 모습을 보이기 죄송스러워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부엌에서는 벌써 큰 언니, 작은 언니가 쌀을 씻고 찬거리를 다듬고 있었다.
나는 나중에 뒷설거지나 해야 겠다 생각하고 아파트 문을 열고 복도로 나갔다.
길게 이어진 아파트 복도 끝에 누군가 길 아래를 내다보며 서 있는 것이 보였다. 가끔 불어오는 바람에 통 넓은 바지 속의 가느다란 다리가 애처로워 보였다.
어머니였다. 가까이 다가가니 어머니 8동 옆으로 난 좁은 오솔길, 그 골목길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영아, 저이도 니 아부지 아니데이.”
“…….”
“너 아부지는 신이 난 사람 마냥 어깨를 건들건들하면서 걷는데…….”
“엄마.”
나는 안타까운 마음에 순간 가슴이 먹먹해져 왔다.
“이 시간되면 너거 아버지가 저 골목 끄트머리 즈음에서부터 보이곤 했는데, 와 이래 안 오노… 오늘은 와 이래 늦노…….”
나는 엄마의 손을 꼭 쥐었다. 아버지가 보이기 시작하던 그 골목길 끝에는 하얀 목련 나무 하나만 덩그러니 서 있을 뿐이었다. 약속이나 한 듯 꽃봉오리 모두가 한쪽으로 고개를 돌린 채 “여보, 이젠 나 잊으소. 그만 기다리고 이젠 들어가소.”
골목길 어귀에 흰 목련 한 그루가 어깨를 끄덕이며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