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백일장 고등학교부(산문) 수상자 발표

  • 날짜
    2007-04-19 09:47:00
  • 조회수
    36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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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부  ( 산문 )

 

 

 

  

학년/반

 

 

강희영

박문여자고등학교

3-미

유리알 속의 두 가지 세상

 

이슬기

계성여자고등학교(서울)

3-5

봄날

 

이남경

세원고등학교(경기)

2-5

봄날

 

박민지

안양예술고등학교(경기)

2-5

봄날

 

이지은

광명북고등학교(경기)

1-16

봄날

 

박세하

성일고등학교(경기)

3-2

아시아

 

이상은

저동고등학교(경기)

2-10

봄날

 

김영진

광문고등학교(경기)

3-8

안경

 

김유리

명문고등학교(경기)

1-8

봄날엔 사슴이 산다

 

신지현

부명고등학교(경기)

3-7

안경

 

이길형

대인고등학교

2-2

안경

 

최보령

박문여자고등학교

2-5

봄날

 

유다희

부광여자고등학교

1-3

안경

 

이재돈

서강고등학교(광주)

1-7

안경

 

소윤상

광성고등학교

3-3

파란 안경

 

정이슬

서인천고등학교

3-10

안경씨의 세상나들이

 

최재준

동인천고등학교

2-1

봄날

 

오아름

박문여자고등학교

2-3

봄날

 

최의협

세인고등학교(전북)

2-3

봄날

 

최재희

인천외국어고등학교

1-8

내 눈에 안경

 

권지혜

부광여자고등학교

2-6

봄앓이

 

박다은

고양예술고등학교(경기)

2-1

아시아

 

조으리

고양예술고등학교(경기)

2-1

봄날

 

권예진

중원고등학교(경기)

1-12

검은 안경

 

이유진

정신여자고등학교(서울)

3-10

아시아

 

김아람

인천외국어고등학교

3-1

아시아

 

이지은

영복여자고등학교(경기)

3-8

아시아

 

박서혜

인천예일고등학교

1-12

왜곡

 

김지선

명신여자고등학교

3-10

나의 봄

 

이경은

보성여자고등학교

3-3

안경

 

<고등부 산문 부문 장원작품>
유리알 속의 두 가지 세상

 

강희영(박문여고 3년)

 

“어? 반장 안경 썼네?”
교실 앞문 쪽에서 들려온 소리에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까만 뿔테 안경을 쓴 반장이 들어오고 있었다.
“반장!”
“소희야!”
반장은 원래 이름인 김소희보다는 반장이라고 더 많이 불렸다. 나와 같은 이름이기도 하고 솔직히 반장은 이미지가 딱, 반장이라는 이유도 있었다.
“잘 안 보인다더니, 이제 잘 보여?”
“응.”
안경 쓴 것이 불편한지 반장은 연신 안경을 바로 올렸다. 반방은 자리로 돌아가 안경닦이로 안경유리를 닦았다.
“역시 불편해….”
“렌즈로 바꾸지.”
“렌즈는 눈이 충혈되는 걸….”
말하면서 다시 안경을 썼지만 그래도 불편한지 자꾸 안경을 바로 올린다. 나는 순간 아까 선생님이 말씀하신 게 떠올랐다.
“아, 그러고보니 선생님이 너 오면 교무실로 오라고 전해달라 하셨어.”
“응? 왜?”
“글세.”
무슨 일이지 하고 중얼거리며 반장은 교무실로 향했다. 반장의 자리에는 어색하게 놓여진 안경통과 안경닦이가 보였다.
반장이 다시 돌아왔을 때는 수업시간 10분 전이었다. 그 시간 안에 해야 하는 일인 듯 반장은 분주하게 움직였다.
“민하늘!”
반장은 하늘이를 불렀다. 하늘이는 반에서 가장 사나운, 한 마디로 ‘날나리’였다.
“왜?”
“수학여행비… 안 냈지? 빨리 내래.”
약간 겁먹은 듯, 살짝살짝 눈치를 보는 반장의 모습이 왠지 사자 앞의 강아지 같았다. 하늘이는 그런 반장을 살짝 보더니, 이내
“알았어.”
하고 말을 툭 하고 내뱉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이상함을 느꼈다. 평소의 반장이라면 상대가 하늘이든 누구든 언제나처럼 그 까만 눈으로 상대방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을 텐데, 지금 보여준 모습은 그게 아니었다.
“반장.”
“?”
“하늘이 한테 잘못한 거 있어?”
1교시 후 나는 반장에게 다가가 말을 붙였다.
“아니, 왜?”
“아까 1교시 전에….”
“아, 그거?”
반장은 멋쩍은 듯 웃었다. 아마 자신이 생각해도 약간 이상하다고 생각했었으리라.
“난 하늘이가 그렇게 무섭게 생긴 줄 몰랐어.”
나는 반장을 바라보았다. 아니 정확히는 반장의 얼굴에 걸쳐있는 안경을 보았다.
“한심하지? 반장이라는 아이가 같은 반 친구에게 쩔쩔매다니….”
내가 빤히 바라보는 게 무안했는지 반장은 고개를 살짝 숙였다. 그리고 안경을 벗었다.
“이렇게 보면 온 세상이 다 뿌옇게 보여. 건물도, 사람도 우리 반 친구들의 얼굴들도. 그래서일까? 나는 그들에게 평등하게 대할 수 있었어. 인상이 사납든 아님 온순하든. 나에게는 다 똑같은 사람인걸.”
반장은 들고 있던 안경을 다시 썼다. 나는 그 모습을 아무 말 없이 바라만 보았다.
“하지만 안경을 쓰면 모든 게 명확하게 보여. 때문에 친구들을 대하는 데 차이가 생겨버리는 거 있지. 이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반장은 짧게 한숨을 쉬었다. 살짝 내리깐 고개가 더 깊이 수그러들었다.
“어느새 차별하고 있는 나를 발견해.”
나는 계속 반장의 안경을 쳐다보았다. 새까만 뿔테의 맑은 유리알 안경.
“사실 어제 학원에서 그것 때문에 친구랑 다퉜어.”
하소연인지 고백인지 모를 어투가 반장의 말에서 느껴졌다. 나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위로라도 해줘야 하는 건가.
“참 이상하지? 이렇게 조그만 도구인데. 그런데도 세계를 나누는 힘이 있어. 어쩌면 …. 나는 그 힘에 휘말린 건지도 몰라.”
반장이 웃는다. 하지만 그 웃음에서는 마치 텅 빈 생일선물 상자 같은 허무감이 느껴졌다. 나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치만….”
“?”
“그치만, 그래도 너는 너잖아. 뿌옇든, 명확하든 그건 둘 다 너의 세상이잖아.”
“…”
“싸웠다면 화해하면 되는 거고. 나도 모르게 차별하게 된다면 조금씩 고치면 돼. 갑자기 명화해진 세상이지만….”
나는 잠시 머뭇거렸다. 나를 빤히 바라보는 반장의 시선이 유리알 너머 내게 닿는 것이 느껴졌다.
“그래도 너는 너답게 하면 된다고 생각해.”
“…그래.”
반장의 대답과 함께 2교시를 알리는 종이 울려왔다. 나는 내 자리로 가기 위해 몸을 일으켰다.
“소희야.”
들리는 목소리에 반장을 보았다. 반장은 약간 어슴프레 밝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고마워.”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로 돌아왔다. 어디에선가 안경을 바로 올리는, 들릴 수 없는 소리가 들린듯 하였다.